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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녹색정책 '파격 강화안' 국민투표서 부결
기사 작성일 : 2025-02-10 20:00:57

스위스 국민투표 개표


[스위스 연방정부 홈페이지 캡처]

(제네바= 안희 특파원 =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꼽히는 스위스에서도 탄소 배출량 등을 파격적으로 줄이자는 정치권의 제안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의회에 따르면 전날 스위스 26개주 전체에서 치러진 '환경 책임 발의안'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유권자 69.8%가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법안이 부결됐다.

이 발의안은 친환경 노선을 표방하는 정당인 젊은녹색당 주도로 만들어졌다. 에너지와 산업, 환경 등 각 분야의 국가 정책을 소위 '지구적 경계' 개념에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구적 경계는 스웨덴 스톡홀름대 회복력 센터에서 2009년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건강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9가지 사안에 대해 한계를 분명히 설정해 그 선을 넘지 말자는 취지다.

9가지 사안에는 기후변화 속도, 생물 다양성 손실도, 물 소비량, 토지 사용도, 질소 배출량, 인 배출량 등이 포함된다.

젊은녹색당은 사안별 구체적인 제한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탄소배출을 1990년 대비 90% 줄여야 지구적 경계를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공급망 개편, 탄소배출 규제 등을 달성 수단으로 꼽았다.

특히 이 목표를 달성할 시한을 '향후 10년'으로 발의안에 제시했다.

이런 발의안에 스위스 국민 70% 가까이가 반대하면서 젊은녹색당의 제안은 사실상 여론의 외면을 받았다.

스위스는 전력 생산의 60%를 수력으로 충당하는 재생에너지 강국이지만 10년 안에 발생할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탈탄소에 속도를 내자는 주장에는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녹색당이 이 발의안을 낼 때부터 우파 국민당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니콜라스 콜리 국민당 의원은 "목표 달성에 필요한 개혁 규모를 고려하면 이 발의안은 스위스의 번영을 파괴하고 국가 경제를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스위스 주요 기업도 법안이 제도화하면 사업체를 해외로 이전할 것이고 소비자는 더 높은 물가에 시달릴 것이라며 반대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도 비슷한 취지로 녹색당의 발의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젊은녹색당은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생태 위기에 대한 과학적 경고를 무시한 '현상 유지 수호자'들의 승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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