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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컬링, 하얼빈 동계 AG 은메달
(하얼빈= 서대연 기자 = 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단상에 올라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스킵 이재범, 서드 김효준, 세컨드 김은빈, 리드 표정민, 핍스 김진훈. 2025.2.14
(하얼빈= 설하은 기자 = 겁 없는 막내들의 파란은 스위스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필리핀의 관록 앞에서 아쉽게 발걸음을 멈췄다.
남자 컬링 대표팀 '의성BTS' 의성군청(스킵 이재범, 서드 김효준, 세컨드 김은빈, 리드 표정민, 핍스 김진훈)은 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부 결승에서 필리핀에 3-5로 아쉽게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의성군청은 국제대회 첫 우승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장식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3년 3월 '의성군청'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발걸음을 뗀 이들은 팀 전원이 2001∼2003년생으로 구성된 국내 남자 막내 실업팀이다.
이들은 모두 '컬링의 고장' 경북 의성에서 나고 자란 의성중 출신이다.
이재범은 서울체고, 김효준, 김은빈, 표정민, 김진훈은 의성고에 진학해 잠시 떨어졌지만, 경일대 컬링팀을 거쳐 의성군청에 모여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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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컬링 '역전 가보자'
(하얼빈= 서대연 기자 = 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주먹을 맞부딪히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2025.2.14
같은 동네 출신에 서로 1∼2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만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끈끈함으로 팀워크를 다진 이들은 BTS처럼 '최고'가 되자는 의미에서 '의성BTS'라는 별명을 스스로 붙였다.
김은빈은 "우린 같은 지역에서 어릴 때부터 봤던 형, 동생들"이라며 "의성은 정말 작은 시골 동네인데 같은 지역에서 같이 살아온 사람들끼리 팀을 하니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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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범 '초집중'
(하얼빈= 서대연 기자 = 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이재범이 투구하고 있다. 2025.2.14
사실 의성군청이 국가대표로 뽑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국내 남자 컬링은 경북체육회(스킵 김수혁), 강원도청(스킵 박종덕), 서울시청(스킵 정병진)의 '형님 팀'들이 굳건히 이끌어 가고 있다.
의성군청은 지난해 6월 2024-2025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열린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놀라운 경기력으로 형님 팀들을 모두 꺾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이변을 연출했다.
'다크호스'로만 여겨졌던 의성군청이 국가대표로 뽑히자 컬링계는 걱정부터 앞섰다.
20대 초반 선수들로 구성된 의성군청이 패기가 넘치고 실력도 좋지만, 국제대회 우승 경험도 없고 전술·전략 등에서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게 컬링계의 평가였다.
의성군청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열린 2024-2025 컬링 슈퍼리그에서 경북체육회, 강원도청에 밀려 3위에 그쳤고, 이어 2025 토리노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서는 예선 5위를 기록해 준결승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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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하는 김효준
(하얼빈= 서대연 기자 = 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김효준이 투구하고 있다. 2025.2.14
'패기'로 무장한 의성BTS는 아시안게임에 들어서자마자 연일 완벽한 샷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스위스 국가대표 출신 귀화 선수로 구성돼 '우승 후보'로 꼽힌 필리핀을 첫판에 꺾고 조별리그 4연승 파죽지세를 달리며 금메달을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준결승 홍콩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린 의성BTS는 결승에서 다시 만난 필리핀을 상대로 접전 끝에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비록 원하던 '18년 만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귀중한 은메달을 목에 건 의성군청은 1년 뒤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훌훌 털어낼 생각이다.
오는 3∼4월 열리는 세계선수권에는 올림픽 출전 쿼터가 걸려 있다.
의성군청은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고 내년도 국가대표 선발전도 통과해 의성BTS로 완전히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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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민-김은빈의 스위핑
(하얼빈= 서대연 기자 = 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표정민과 김은빈이 스위핑하고 있다. 202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