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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강물처럼"…시흥 흉기살해 편의점 피해자에 주민들 추모
기사 작성일 : 2025-02-14 18:00:36

(시흥= 권준우 기자 = "참 착하고 예쁜 사람이었는데…하늘도 무심하지."

14일 오후 경기 시흥시의 한 편의점 앞을 지나던 70대 주민 김모 씨는 출입문 앞에 쳐진 폴리스라인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시흥 흉기사건' 편의점 앞에 놓인 꽃다발


(시흥= 권준우 기자 = 14일 오후 경기 시흥시의 한 편의점 앞에 추모의 글귀가 적힌 쪽지와 국화 꽃다발, 간식 등이 놓여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12일 의붓형을 살해한 30대가 연이어 흉기를 휘둘러 20대 여성 직원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결국 숨졌다. 2025.2.14

편의점 입구 옆에는 추모의 글귀가 적힌 쪽지와 국화 꽃다발, 간식 등이 놓여 있었다. 쪽지에는 "안녕하세요. 딸기우유 매일 사 가던 사람인데 젤리 주시고 선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글쓴이를 '얼음컵 학생'이라고 적은 또 다른 쪽지에는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 조각내고 소중한 것을 내 눈앞에서 영원히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의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귀가 쓰였다.

지난 12일 이곳에선 A(35) 씨가 편의점 안에 있던 20대 여성 직원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이 범행 직전 자택에서 의붓형을 흉기로 살해한 뒤 200여m 떨어진 편의점에서 재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 안에 있던 손님 2명이 손 쓸 틈도 없이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B씨는 치료 끝에 지난 13일 오후 8시 50분께 숨졌다.

갑작스레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A씨와 어떠한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은 B씨가 이유도 모른 채 살해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분통을 터뜨리는 주민도 많았다.

김씨는 "B씨는 평소 집 없는 고양이들을 위해 편의점 앞에 물과 사료를 채워놓는 착한 사람이었다"며 "3년여 전부터 편의점이 들어선 이후 계속 근무해서 얼굴을 알고 지낸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주변 주민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줄도 몰랐다"며 "날벼락 같은 일로 착하고 예쁘던 사람이 희생된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흥 흉기사건' 편의점 앞에 놓인 꽃다발


(시흥= 권준우 기자 = 14일 오후 경기 시흥시의 한 편의점 앞에 추모의 글귀가 적힌 쪽지와 국화 꽃다발, 간식 등이 놓여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12일 의붓형을 살해한 30대가 연이어 흉기를 휘둘러 20대 여성 직원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결국 숨졌다. 2025.2.14

A씨는 지난 12일 오후 6시 50분께 주거지에서 의붓형을 흉기로 살해한 뒤 인근 편의점으로 가서 B씨에게 재차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현행범 체포됐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강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며칠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했으며, 한 달가량 약을 먹다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비슷한 기간부터 어머니를 비롯해 의붓아버지, 그리고 의붓형 B씨와 한집에 거주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치료를 받지 않던 A씨의 증세가 점차 악화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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