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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경고등] 한 아이 돌봄에 온마을이 함께…'횡성 마을교육공동체'
기사 작성일 : 2025-02-15 08:00:31

횡성 마을교육공동체 수업 모습


[촬영 양지웅]

(횡성= 양지웅 기자 =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절벽 위기 속에 누구나 알만한 격언이 됐다.

이 속담처럼 행복한 어린이 기르기에 가족뿐 아니라 이웃과 학교, 온마을이 뜻을 모으는 공동체가 강원 횡성군에 있어 교육계와 여러 지자체의 관심을 끌고 있다.

횡성은 어떻게 한 어린이 돌봄에 온마을이 함께하게 됐을까.


횡성 우천무지개꿈터


[촬영 양지웅]

◇ "방과 후 갈 곳이 없어요"…어린이 호소에 응답한 어른들

횡성군 내 안흥, 우천, 공근 등 면 단위 지역은 학원 등 사교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하교한 학생들은 갈 곳이 없어 방황하기 일쑤였다.

비교적 학원이 많은 읍 지역으로 아이들이 넘어간다면 농어촌 작은 학교들의 존립이 흔들릴 위기였다.

이에 마을 어른들은 '학교가 존재해야 마을이 든든히 설 수 있다'는 생각에 농촌지역 어린이들이 재밌게 놀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2019년 초등학교 교장과 면장들이 모였고 이장단과 지역 사회단체가 뜻을 보탰다.

이듬해 교육지원청과 군청도 동참하면서 운영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과 지원 체계를 든든히 했다.

이들은 교육지원청이나 군청의 담당 공무원이 바뀌더라도 사업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간 지원조직인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구성해 교육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조합은 지역과 학교, 군청을 잇고, 학생과 지역이 원하는 돌봄·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해 추진했다. 이사장은 최현식 당시 강원도학교운영위원회 총연합회장이 맡았다.

조합은 2020년 마을돔봄공동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예산 1억2천400만원은 군청과 교육지원청이 절반씩 부담했다.

공근, 안흥 강림, 청일, 갑천, 우천 등 6개 면은 복지회관이나 문화체육센터 등을 어린이들의 돌봄 공간으로 활짝 열었다.

최현식 이사장은 "마을과 학교, 교육지원청, 군청이 협력해 학교 밖에서 학생 돌봄과 창의, 인성, 진로 등 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다"며 "돌봄 공백 해소는 물론 지역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고 말했다.


횡성 6개 면에 자리 잡은 마을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예체능부터 요리·놀이까지 다양한 배움…일자리 창출은 덤

"저녁에 집에 혼자 있지 않고 친구, 언니, 동생들과 함께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유난히 폭설이 잦았던 올겨울, 마을교육과 돌봄을 위해 우천면행정복지센터 옆에 새로 지어진 우천무지개꿈터를 찾은 어린이들은 선생님께 꾸벅 인사한 뒤 간식을 받아 들고 활동실로 향했다.

이날 수업은 창의 미술이었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무리 지은 학생들은 흰 도화지에 각종 도구로 저마다의 상상을 마음껏 그려 넣었다.

횡성 6개 면 지역에서는 학생 146명을 대상으로 마을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생이 106명으로 가장 많고 중학생이 34명, 고등학생 4명, 유치원생 2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미술은 물론 책 놀이, 보드게임, 요리 실습, 전래놀이, 공예, 숟가락 난타, 하모니카, 피아노, 배드민턴, 탁구, 피아노, 스포츠댄스, 기초 영어, 드론 등 다양한 교육·놀이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특히 요리 수업에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고, 영어 수업도 지역 소개하기를 활용하며 마을 명소를 소개하는 책자를 만드는 등 지역만의 특색있는 돌봄 문화 조성에도 신경 쓰고 있다.

시골 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커지자 어르신들은 동네가 젊어졌다며 뿌듯해했고, 그동안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기가 변변치 않았던 맞벌이 부부들도 기댈 곳이 생겨 한시름 덜었다.


간식 먹는 아이들


[촬영 양지웅]

어른들의 관심은 어린이들을 향한 찬조로 이어졌다. 음료와 과일, 떡, 과자 등 다양한 간식은 물론 100만원 상당의 미술용품과 책 등이 각 돌봄 센터로 줄을 잇는다. 아이들의 무사 귀가 역시 통학 버스 외에 어른들의 봉사로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 당국, 마을이 함께 이뤄낸 돌봄공동체는 우수사례로 꼽혀 속초, 평창, 정선, 태백, 홍천, 인제 등 도내 다른 시군은 물론 경기 연천군이 벤치마킹하고자 횡성을 찾았다.

횡성 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 돌봄 공백 해소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조합 직원에 더해 마을교육활동가, 마을 강사, 지역사회 연계 전문 강사 등 총 63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까닭이다.

예산 규모 역시 사업 첫 해 1억2천400만원에서 작년에는 7억5천만원까지 늘어 지역에 돈을 돌게 하는 효과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올해는 세수 감소로 인한 예산 삭감이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강사 수가 축소될 수 있어 담당자들의 고민이 깊다.

김정애 마을교육활동가는 "예산이 줄면서 우천센터의 강사 수도 절반가량 줄어들 수 있다"며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실습 역시 재료비가 모자랄 지경이라 추경을 통한 예산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감자빵 만들기 실습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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