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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찍은 봉준호 "모든 장르 다 해보고 싶다. 뮤지컬 빼고"
기사 작성일 : 2025-02-16 02:00:56

봉준호 감독


[촬영 김계연]

(베를린= 김계연 특파원 = 6년 만의 신작 '미키17'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15일(현지시간) "뮤지컬 외에는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다. 뮤지컬은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이날 독일 베를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러브 스토리나 멜로 드라마를 찍어 본 적이 없지만 늘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였다"며 "미키가 꾸역꾸역 살아남은 건 결국 사랑 덕분"이라고 말했다.

'미키17'은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이야기다. 봉 감독은 SF 영화지만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고 강조해 왔다. 나오미 애키가 미키의 연인 나샤를 연기한다.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돼 이날 저녁 처음 상영된다.


'미키17'


[ⓒ2025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Berlinale. 재판매 및 DB 금지]

봉 감독은 이야기가 우주를 배경으로 전개되지만 현실 속 인간 군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우주선이나 광선검 같은 것보다는 오히려 구멍 난 양말을 신은 캐릭터들의 향연이 되길 바랐다"며 "판타지 같지만 우리 얘기라는 게 SF 영화를 만드는 매력이자 이유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온 세계가 들썩이면서 영화 속 독재자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이 트럼프 대통령을 빗댄 캐릭터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봉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참고한 사람도 있긴 있었다"며 "역사 속 여러 독재자의 느낌을 융합했다. 우리가 겪은 모든 나쁜 정치인 모습을 재밌게 섞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서 영감받아 만든 인물도 현재의 어떤 사람으로 느껴지는 건 역사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인 것 같다"며 "과거의 느낌에서 뭘 만들어내도 그게 현재와 미래까지 전부 커버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패틴슨(왼쪽)과 봉준호 감독


[촬영 김계연]

마샬의 부인 일파 마샬도 각종 소스에 집착하는 괴팍한 캐릭터다. 봉 감독은 "약간 위험한 표현이지만 귀여운 독재자, 웃긴 독재자 부부"라며 "소스에는 진심인 것 같다. 너무 정치적인 은유보다는 이 사람(일파)이 정말 사랑하는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패틴슨은 여러 번 죽으면서도 계속 재생되는 주인공 미키 역할에 대해 "어떤 충격적 사건을 겪거나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마주하는 질문"이라며 "복잡한 철학적 상황을 다루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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