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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집무실에 서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재판매 및 DB 금지]
이상현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세적 정책 추진에 대응해 각국이 외교전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탄핵정국에 따른 리더십 부재로 대응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부터 자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이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도 미국 관세전쟁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미국은 이르면 4월 초 무역 파트너들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맞춤형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할 방침이기도 하다.
이에 각국은 정상외교를 서두르며 손실을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다.
미일정상회담을 한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자국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했고, 유럽연합(EU)과 영국, 대만 등도 미국 측과 접촉면을 넓히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 통화 이후 호주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각국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은 대미 협상을 이끌 수장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트럼프 1기 때처럼 협상을 통해 예외를 인정받는 게 최선이지만, 정상외교를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처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전화통화도 하지 못했다. 대면회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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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계장관회의 참석하는 최상목 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도훈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7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계기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북핵문제와 경제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정상외교의 빈 자리를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지금은 '관세전쟁'이 당면 과제지만, 앞으로 점차 국방·안보 분야 미국의 압박도 구체화할 전망이다.
먼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청구서가 날아오리라는 관측이 많다. 조태열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 측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 요구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옵션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는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는 물론 향후 북미대화 진행 시 우리의 입장을 반영시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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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기지 상공 비행하는 U-2S
(평택= 홍기원 기자 = 북한이 동해상으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31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상공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비행하고 있다. 2024.10.31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할 한국 측 '파트너'가 부재한 상황이 역설적으로 얼마간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측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미국의 압박이 현실화한 만큼 치밀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유준구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관세 부분은 협상을 서두르기보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지켜보며 일단 미국과 물밑 접촉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방위비는 일정 부분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인상된 비용의 사용에 있어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 권한대행 체제하에서도 한미동맹은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고, 한미 간 소통도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관세 조치와 관련해선 "기업에 대한 영향은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며 "품목별 영향을 업계와 세부적으로 검토,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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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한국도 영향권
(평택= 김도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한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2025.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