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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앤 다커
[스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주환 기자 = 넥슨과 4년 가까이 저작권 소송을 이어온 신생 게임사 아이언메이스가 8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는 '회사에서 만든 게임 기획과 규칙은 회사에 귀속되는 영업비밀'이라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넥슨코리아가 아이언메이스 측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다크 앤 다커'가 넥슨의 '프로젝트 P3'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넥슨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은 인정하며 85억 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넥슨은 과거 신규개발본부에서 프로젝트 P3 개발 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 최모씨가 소스 코드와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하고, 빼돌린 자료를 기반으로 아이언메이스를 세운 뒤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며 2021년부터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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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프로젝트 P3'(왼쪽)와 '다크 앤 다커' 비교
[유튜브 캡처·'다크 앤 다커' 플레이 화면 캡처]
◇ 법원 "아이언메이스, 넥슨 영업비밀로 '다크앤다커' 개발"
재판에서 영업비밀로 인정된 것은 최씨 등이 유출한 P3 '파일'이 아니라 P3 구성 요소와 그 조합이라는 '정보'였다.
아이언메이스는 재판에서 '다크 앤 다커'에 외부로 반출된 'P3' 데이터가 일절 쓰이지 않았으며, 게임의 기반이 된 전반적인 콘셉트와 규칙은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P3 정보는 피고 최씨가 원고(넥슨코리아)에 근무하는 동안 스스로 체험해 알게 된 일반적인 지식·기술·경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최씨 개인에게 귀속되는 인격적인 성질의 것이 아닌, 원고에게 귀속되는 정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P3의 구체적인 구성요소와 그 조합이 앞선 게임들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쟁사가 P3 영업비밀을 이용해 동종 게임을 제작한다면 위 정보를 이용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 시간적·비용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이 명백하다"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토대로, 아이언메이스가 P3 팀원들이 알고 있던 영업비밀을 활용해 '다크 앤 다커'를 개발했다고 보고 영업비밀 침해라고 판단했다.
최씨와 기획 파트장이었던 현 아이언메이스 대표 박모씨 등이 전직 P3 팀원 8명을 채용했고 일부는 아이엔메이스 주식을 보유한 점, 아이언메이스가 '다크 앤 다커' 개발 초기에 필요한 기획 단계를 생략한 채로 서버 시스템 구축부터 한 정황 등도 근거로 작용했다.
다만 재판부는 '다크 앤 다커'가 2021년 6월 30일까지 만들어진 P3 게임과는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 보고,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P3'에 익스트랙션 게임에 필수적인 탈출·게임 바깥에서의 육성 요소가 없고, '다크 앤 다커'의 특징인 선술집 배경의 대기실이나 '부활의 제단' 시스템 등도 제대로 구현돼 있지 않은 점을 들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소송 과정에서 넥슨을 상대로 영업방해 금지 및 예방 청구라는 '맞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위법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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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TV 캡처]
◇ "영업비밀 침해행위 손해액 85억 초과 명백"…검찰 수사에도 영향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85억 원의 손해배상금이 전액 인용되며 사실상 '판정승'을 거둔 넥슨은 2심에서 청구 금액을 늘릴 전망이다.
법원은 넥슨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을 전액 인정하며 "피고들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액은 85억 원을 초과함이 명백하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다크 앤 다커'가 2023년 8월부터 작년 9월까지 올린 매출액이 495억원이고, 이 기간 아이언메이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290억원인 점도 언급했다.
넥슨이 아이언메이스 측에 85억 원을 요구한 것은 전체 채권액 중 일부만 우선 배상을 요구하는 '명시적 일부청구'였는데, 1심에서 이같은 판단이 내려지면서 2심에서는 청구액이 2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엔씨소프트[036570]는 지난해 웹젠[069080]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소송 1심에서 10억 원의 손해배상이 인용되자 2심에서 청구액을 600억 원으로 크게 늘린 바 있다.
1심에서 인정된 아이언메이스 측의 영업비밀 부정 사용은 넥슨 측의 고소로 진행 중인 형사 사건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9월 최씨와 다른 관계자 A씨 등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아이언메이스 법인과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