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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헬렌켈러와 설리번'…9년 함께한 대구대 사제 사연 눈길
기사 작성일 : 2025-02-19 17:00:33

최성규 교수(왼쪽)과 유장군씨


[대구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경산= 이강일 기자 = 한국판 '헬렌 켈러와 설리번' 같은 대구대 사제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가족 없이 혼자 살며 공부한 중증장애인과 그와 9년을 함께 하며 박사로 키워낸 교수 이야기다.

19일 대구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에서 언어청각장애아 교육을 전공한 유장군(27)씨가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는 학위뿐 아니라 우수연구상, 총동창회장상도 수상한다.

2016년 대구대 초등특수교육학과에 입학한 유씨는 중증 장애(심한 지체장애 및 뇌병변 장애)가 있는 데다 가족도 없이 어렵게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은사인 최성규(65) 교수와 인연을 맺게 됐다.

최 교수는 학부 때부터 제자인 유씨를 돌보고 보살폈다.

정부지원금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유씨가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입학금 300만원이 없어 고민할 때도 최 교수가 선뜻 입학금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최 교수는 20여년 동안 교수 생활을 하면 유씨 뿐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낸 장학금이 7천600만원이나 된 것으로 전해졌다.

9년간 캠퍼스 생활을 함께한 사제는 서로의 관계를 '콜라병 뚜껑 따 주는 사이'로 불렀다. 콜라를 좋아하지만 심한 장애로 병뚜껑을 따기 힘든 제자를 위해 최 교수가 항상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함께하던 이들도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최 교수는 유씨가 학부 4학년 때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기를 원했지만, 유씨는 대학원 진학을 고집했다.

최 교수는 자신도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공부했기에 제자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최 교수는 유씨에게 '지체장애' 분야 공부를 원했지만, 유씨는 청각장애분야를 전공한 최 교수에게 배우기를 고집했다.

학업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던 유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수업은 청강을 포함해 7번이나 들은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열의 덕분에 유씨는 박사과정 재학 중 논문 7편을 단독 또는 제1저자로 게재했다. 7편의 논문 중 2편은 국제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특히 은사인 최 교수와는 '장애인 교원의 교직 입문 전과 후의 교직 발달에 대한 질적연구'라는 논문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콜라 병 따주는 최성규 교수(왼쪽)와 장애인 제자 유장군씨


[대구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유씨는 최 교수의 예전 조언대로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후 경제적으로 자립하면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최 교수와 같은 교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씨는 "지금까지 공부하는 데 도움을 준 교수님들과 친구들, 시설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자의 졸업에 맞춰 정년 퇴임하는 최 교수는 강단을 떠나 청각장애인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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