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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이재명 언급 두고 野 '시끌'…정체성 논쟁 번지나
기사 작성일 : 2025-02-19 18:00:02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9 [국회사진기자단]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과 민주당의 정체성을 두고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두고 19일 야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조기대선 국면을 앞두고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한 당의 전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의 정체성에 얽힌 민감한 주제라는 점에서 이후 당내 논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깃발


[TV 제공]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당장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비명계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겨냥해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며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 온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비판했다.

역시 비명계 대권주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며 "탄핵과 조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이념논쟁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도 입장문을 내고 "유승민이나 안철수하고 통합하면 딱 맞겠다"며 "중도층을 확보하겠다며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오히려 '진보적 정체성'을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86(80년대학번·60년대생) 그룹 인사인 우상호 더미래연구소장은 이날 국회 세미나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 해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고, 박광온 전 원내대표도 "진보개혁 노선을 지키면서 건강한 보수 어젠다로 확장하는 것이 국민의 기대"라고 강조했다.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찬대 원내대표


박동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8

이에 반해 지도부는 일관된 '우클릭'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중도·보수' 발언으로 점화한 노선투쟁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언주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더 이상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민주당 지도부의 중도확장·실용주의 노선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기에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20일 국회에서 '성장은 민주당'을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등 이런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일부 '절충'을 하려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이 대표는 현재 한국의 이념지형이 '우편향' 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진보적이지 않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진단한 것일 뿐, 전체적인 방향이 '중도층과 서민정당'이라는 기존의 지향점을 바꾸는 발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주민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중도층과 서민의 정당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중도정당은 중산층과 서민보다 훨씬 더 왼쪽을 커버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왼쪽이 조금 더 두터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민주당이 중간 쪽으로 가게 되는 모습을 말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강령은 다른 나라 중도정당의 강령보다 사실 더 오른쪽에 있다"고 덧붙였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실이 그렇다. 민주당의 정치적 이념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면 중도·보수적 스탠스"라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우리 정치 지형이 너무 보수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그동안 민주당이 진보적이라고 평가가 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저희는 진보적 지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 중도·보수 영역에 해당할 수 있는 어젠다를 민주당이 품어내면서도 진보적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진 정책위의의장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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