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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어민 강제북송' 정의용 등 文정부 안보인사 징역형 선고유예(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2-19 19:00:32

'탈북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 징역 10개월 선고유예


임화영 기자 =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당시 벌어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유예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원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 유예했다. 2025.2.19

한주홍 기자 =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지만 징역형 선고를 유예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19일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선고유예란 범죄 정황이 경미한 경우 유죄는 인정하지만, 일정 기간 형의 선고 자체를 미루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형의 선고를 유예함으로써 피고인들 행위의 위법성은 확인하면서도 실제상 불이익은 부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양형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신속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신중한 법적 검토 없이 북송을 결정한 데 대해선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형식적·실질적 적법 절차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크게 하지 않은 채 상당히 짧은 기간 만에 모든 의사결정과 집행을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탈북 어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강제북송으로 인해 이들이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살 자유와 권리가 침해됐다는 직권남용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고 흉악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북송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귀순 의사를 표명했는데 진정성을 판단하기 시작하면 국가가 국민을 선별해서 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연계된다"며 "흉악범이면 재판 없이도 국가 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라고 판단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 1심서 징역 10개월 선고 유예


임화영 기자 =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당시 벌어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유예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원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 유예했다. 2025.2.19

그럼에도 탈북 어민들이 저지른 범죄의 흉악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6명의 모든 선원을 순차적으로 불러내 망치 등을 이용해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며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됐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방도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건을 다룰 때 감정적 고려를 완전히 배제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란 점도 참작했다.

남북 분단의 특수성도 작용했다. 분단 상황에서 제도적·법률적 공백이 존재함에도 단순히 처벌하는 게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란 취지다.

재판부는 "분단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돼오면서 법적 논리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모순과 공백이 산재해 이를 피해 가며 적법 행정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제도 개선을 마련하는 등 법질서가 처한 모순과 공백을 메우는 대신 수년간 수많은 수사·공소유지 인력을 투입해 징역형의 실형 등을 부과해 불이익을 주는 게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사건 발생 3년이나 지난 2022년 정권이 바뀐 뒤 검찰이 수사해 기소한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바뀌고 검찰과 국정원의 지휘부가 교체되면서 국정원 스스로 고발인이 돼 고발한 사건"이라며 "검사의 객관의무가 준수된 수사와 기소였는지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이 정부합동조사를 조기 종결한 혐의, 서 전 원장이 강제북송 결론에 맞춰 국정원 내부 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실장 등은 선고 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재판을 계기로 지난 정부가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린 정책적 판단을 이념적 잣대로 접근해 사법적 절차로 재단하려는 잘못된 관행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9년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공무원에게 의무없는 일을 지시하고 어민들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 등으로 2023년 2월 불구속기소 됐다.

어민들은 동해상에서 어선으로 남하하다가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군에 나포됐는데,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닷새 만에 북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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