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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제도, 中과 협정내용 공개…"무역·인프라·해저광물 협력"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오른쪽)가 남태평양 쿡 제도의 마크 브라운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02.19 [신화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 박진형 특파원 = 뉴질랜드 자치령인 남태평양 쿡 제도가 중국과 맺은 협력 협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쿡 제도 총리실은 협정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뉴질랜드 정부가 반발하는 가운데 쿡 제도 야당은 협정이 뉴질랜드와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총리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19일(현지시간) 호주 ABC 뉴스와 로이터·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쿡 제도 총리실은 중국과 맺은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의 5개년 행동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양국은 무역, 인프라 등 투자, 교육, 어업, 재난 관리, 해저 광물 개발 등의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은 쿡 제도의 인프라 사업과 교육 장학금에 대해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최근 중국이 태평양 섬나라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우려 대상으로 떠오른 안보 관련 내용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쿡 제도 총리실은 설명했다.
지난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방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만나 협정을 체결한 마크 브라운 쿡 제도 총리는 귀국 이후 중국이 약 400만 달러(약 58억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는 방문 기간 중국과 해저 광물 개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쿡 제도 관리들이 전했다.
해저에는 배터리 등의 원료로 주목받는 니켈·코발트 등 광물이 풍부해 해저 광물 개발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쿡 제도의 해저 광물 관리 기관은 이 곳 해저에 존재하는 광물덩어리(망간단괴) 양이 67억t에 이르며, 이를 통해 코발트 2천만t을 비롯해 대량의 니켈·구리·망간·철·희토류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쿡 제도 당국은 2022년 3개 기업에 해저 광물덩어리 탐사 허가를 내줬지만, 환경과 기타 영향을 평가하기 전까지는 덩어리 채취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브라운 총리는 지난 17일 의회에서 이 협정이 "뉴질랜드·호주, 그리고 여타 국가와의 오랜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해 다양한 파트너십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 이후 태평양 국가들이 미국의 공백을 메울 다른 국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 총리와의 논의에서 중국이 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하고 작은 섬나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맞서 회복력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측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점에 안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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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제도-중국 협력 협정 체결 반대 시위
지난 18일(현지시간) 남태평양 쿡 제도 수도 아바루아에서 중국과 쿡 제도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호주 ABC뉴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브라운 총리는 이번 방중 기간 여러 협정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5개년 행동계획 문서가 유일하다.
하지만 쿡 제도와 자유연합 관계인 뉴질랜드 정부는 협정 내용을 체결 이전에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쿡 제도 측에 의해 거부된 데 이어 협정 내용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자 반발하고 있다.
뉴질랜드 외무부는 전날 "협의와 투명성은 뉴질랜드-쿡 제도 관계의 핵심이어야 한다"면서 체결된 모든 협정을 지체 없이 공개할 것을 쿡 제도에 요구했다.
이어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무부 장관도 이날 한 행사 연설에서 쿡 제도 정부가 뉴질랜드와 협의 없이 중국과 협력 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양국 정부가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터스 장관은 "쿡 제도와 뉴질랜드 양국 국민 간의 유대는 확고하게 강력하지만, 우리는 현재 정부 간 관계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우리는 정부 간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쿡 제도가 중국과 맺은 여러 업무협약(MOU)을 뉴질랜드 정부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협정에 대해 뉴질랜드와 쿡 제도 사람들이 오늘 저녁까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쿡 제도 국내에서도 중국과 협정이 뉴질랜드와 관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야당 등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전날 쿡 제도 수도 아바루아의 의회 앞에서는 시민 400여명이 뉴질랜드와 관계 강화를 촉구하며 중국과 협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야당은 브라운 총리에 대해 오는 25일 이후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할 방침이어서 투표 결과가 주목된다.
인구 약 1만5천여명의 쿡 제도는 자체 입법권과 행정권·외교권이 있지만, 쿡 제도 시민들은 뉴질랜드 시민으로 뉴질랜드 여권을 사용하며 뉴질랜드는 외교와 재해, 국방 등 분야에서 쿡 제도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