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노트서 유행 중인 '고양이 세금' 신조어
[레드노트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권숙희 기자 = 이른바 '틱톡(TikTok) 난민'을 자처한 미국 네티즌이 대거 유입된 중국판 인스타그램 레드노트(Rednote·중국명 샤오훙수)가 중국 내에서 연일 화제다.
중국 네티즌들은 갑자기 폭증한 외국인들의 얼굴과 영어에 유머러스하게 반응하며 국경을 넘어 친교를 맺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국 네티즌 간 언어 장벽을 극복한 문화 연결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미국 내 틱톡 금지'에서 대안을 찾아 나선 '틱톡 난민'들은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 레드노트의 다운로드 수 1위를 만든 데 이어 이틀간 70만명 신규 가입이라는 기록을 썼다. 신규 가입자 수는 레드노트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레드노트가 미국 내 1억7천만명의 사용자를 둔 틱톡을 당장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급격히 늘어난 레드노트의 틱톡 난민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양이 세금'이라는 신조어다.
기존 중국 사용자들은 신규 가입자에게 가입 후 첫 글을 올리려면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나 영상을 첨부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유머러스하게 '세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 양국 네티즌은 중국어와 영어라는 언어 장벽에 좌절하기보다 챗GPT 등을 활용한 기계적 번역어에서 나온 농담, 무료 영어 숙제 과외, 중국어 이름 짓기 등을 통해 자유롭게 교류하고 있다.
중국 지방 관광당국들도 영어로 소개된 각지 홍보 영상을 올리면서 '틱톡 난민 환영' 대열에 합류했다.
'아침에는 C, 저녁에는 A'라는 유행어도 재정의됐다.
이 문구는 원래 중국인들 사이에서 '아침에는 비타민C, 저녁에는 비타민 A가 든 화장품을 사용하자'는 뜻으로 퍼진 말이었지만, 이제는 양국 간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하게 됐다.
아침에는 중국인(차이니즈·Chinese), 저녁에는 미국인(아메리칸·American)이 레드노트의 게시물을 점유한다는 뜻이다.
미국인에게 영어 숙제 도움 요청하는 중국인
[레드노트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이러한 기류를 발 빠르게 반영하듯 레드노트 측은 최근 영어 콘텐츠 검토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구인 공고를 게시했다。
또 급격히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레드노트 관계자들이 최근 야근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노트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데는 외국인이 서비스에 가입할 때 중국 전화번호가 필요 없다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노트의 한 사용자는 "이번 사건은 중국과 미국 네티즌 간에 처음 이뤄진 대규모 상호작용"이라면서 "중국과 미국이 조화롭게 교류하는 미래의 한 시점으로 '빨리감기'한 것 같은 느낌마저 받는다"고 SCMP에 전했다.
또 다른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에 올린 글에서 "샤오훙수의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가 마치 앱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처럼 광고도 없고 그저 재미로만 가득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애국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틱톡의 다음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중국의 IT 기술 발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칭화대 언론홍보대학의 장 정 부학장은 "틱톡과 레드노트의 알고리즘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이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화제성은 '중국 여행'과 같은 형식을 통해 양국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 점차 장기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틱톡 금지법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이 법의 시행을 유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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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