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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루카셴코 7연임 성공…서방 "엉터리 대선"(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1-28 01:00:56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EPA/벨라루스 대통령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파리= 최인영 송진원 특파원 =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87%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7연임에 성공했다.

벨라루스 벨타 통신에 따르면 이고리 카르펜코 벨라루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루카셴코 대통령이 전날 열린 대통령 선거 잠정 개표 결과 513만6천293표를 획득해 승리했다고 밝혔다.

득표율은 86.82%에 달한다. 다른 4명의 후보는 1∼3%대 득표율에 그쳤다.

이에 따라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7선에 성공, 총집권 기간을 2030년까지 36년으로 늘렸다. 유럽 최장수 지도자다.

그는 2차례 넘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 조항을 2004년 국민투표로 폐지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서방은 이번 벨라루스 대선에 공정성이 결여됐다며 루카셴코 대통령의 당선이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주요 야당 인사들이 감옥에 있거나 해외로 망명했다는 이유에서다.

EU와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이날 오후 공동 성명에서 이번 대선이 "지속적인 억압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엉터리 대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벨라루스 정부는 열린 시민사회를 복원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독립적인 벨라루스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성명에 이어 영국과 캐나다는 벨라루스 관리들과 방위 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상하이협력기구(SCO) 선거 참관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선을 참관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를 거부하고 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독립국가연합(CIS) 대선 참관위원장을 맡은 세르게이 레베데프 CIS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모든 것을 민주적으로 수행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서방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벨라루스는 유럽연합(EU)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당신들 앞에 굴복하거나 무릎을 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IS 국가 정상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로도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향후 양국 간 일정을 논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벨라루스의 이번 선거가 절대적으로 합법적이고 잘,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 벨라루스 대선에 대한 서방의 반응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도 80%대 득표율로 6연임에 성공했으나 불법·편법 선거 논란에 대규모 야권 시위와 소요 사태가 벌어지면서 퇴진 위기에 몰렸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수만 명의 시위대를 구금하는 등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올해 대선은 당초 8월로 예정됐었으나 대규모 길거리 시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추운 겨울인 1월로 앞당겼다는 의혹도 있다.

푸틴 대통령의 정치·군사·경제적 지원을 받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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