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앞줄 오른쪽) [출처: CGTN]
권수현 기자 =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kSeek, 深度求索)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속에도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여 충격파를 던진 가운데 '딥시크 돌풍'을 일군 주역들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중앙TV(CCTV) 산하 영어방송 CGTN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고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맞서 '젊은 천재들'에게 기대고 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보다 훨씬 적은 개발비로 그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딥시크의 최신 AI모델 딥시크-V3의 경우,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을 비롯한 중국인 연구자·엔지니어 150명과 데이터 자동화 연구팀 31명이 개발을 이끌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이 139명에 불과하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연구원만 1천200명이 있는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딥시크의 연구인력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중국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석·박사 과정 중에 있으며 경력도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도 20대∼30대 초반으로 젊으며 팀리더급도 대부분 35세 미만이다.
량원펑은 2023년 5월 중국 매체 36Kr과의 인터뷰에서 딥시크 개발자 대부분이 대졸 신입이거나 AI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핵심 기술적 역할은 대부분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1∼2년 정도인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가오화쭤와 쩡완딩은 딥시크 AI 모델의 추론 효율을 높인 학습 아키텍처 멀티헤드잠재어텐션(MLA) 연구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가오는 베이징대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고 2017년 졸업했으며 쩡은 2021년부터 베이징 우전대 AI연구소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다른 주축 멤버로는 2023년 중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궈다야,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주치하오와 다이다마이 등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인재는 지난달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사실로 화제가 된 뤄푸리다.
뤄는 베이징사범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베이징대에서 컴퓨터언어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딥시크-V2 개발에 참여했다. 샤오미가 그에게 연봉 1천만위안(약 20억원)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AI 천재 소녀'로 불리게 된 뤄는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대부분의 중국 AI 스타트업이 업계에서 인정받은 연구원이나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를 선호하는 데 비해 딥시크는 국내파 위주라면서, 이는 인재에 대한 딥시크의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량원펑은 과거 인터뷰에서도 국내파 인재를 중시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단기 목표를 추구한다면 경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옳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험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기본적인 기술과 창의성, 열정이 더 중요하며 이런 관점에서 중국에는 적합한 후보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최고 인재들이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딥시크 로고
[로이터=]
량원펑 역시 국내파다. 1985년생으로 광둥성 출신인 그는 공학 분야 명문 저장대에서 전자정보공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수학·통계 모델과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퀀트 투자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고 2015년 대학 동창들과 함께 퀀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 幻方量化)를 공동 설립했다.
하이플라이어는 AI를 투자전략에 발 빠르게 적용하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AI에 투자해 큰 성과를 냈다. 이 회사의 운용자산(AUM)은 2016년 10억위안(1천986억원)에서 2019년 100억위안(1조9천864억원)으로 4년간 10배로 늘었다. 현재 운용자산은 80억달러(11조6천억원)다.
딥시크는 하이플라이어의 범용인공지능(AGI) 연구 조직으로 시작해 분사했다. 중국 기업정보 사이트 톈옌차에 따르면 자본금은 1천만위안(약 20억원)이지만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모회사인 하이플라이어에서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나 강연 등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지난 20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주재한 교육·과학·문화·보건·스포츠 분야 전문가 좌담회에 AI 업계 대표로 참가했을 때도 현지 언론들은 '로키' 성향의 '퀀트천왕'이 공개 행보에 나섰다며 주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딥시크 직원은 량원펑이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기술적 디테일에는 직관을 가지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
그는 또한 직원들에게 직장 상사보다는 멘토 같은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한다. 내부 회의에서도 지시하는 말보다는 넌지시 뜻을 비추는 식으로 솔루션을 제안하며, 직원들은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실제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직 직원은 전했다.
익명의 현직 직원도 조직 내 의사소통도 수평적이고 자유로우며 아이디어가 있으면 부서 간 구분이나 인적 자원 배분 등에서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중국 매체 펑파이에 말했다.
GCTN은 과거 인터뷰 발언으로 볼 때 량원펑에게 딥시크는 AI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기초 연구에 대한 헌신으로 진행하는 일종의 사이드프로젝트 내지 취미생활로 보인다고 전했다.
즉각적인 수익은 크지 않지만 AGI의 잠재력과 인간지능의 본질 등 복잡한 분야를 탐구하는 과제에 매료돼 있으며 관련 연구의 중요성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량원펑은 이전 인터뷰에서 AI 연구에서 "상업적 이유를 구한다면 아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상업적 관점에서 보면 기초연구는 투자 대비 수익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까지 복잡한 금융분야에서 여러 시도를 했으며 "범용 인공지능은 아마도 그다음에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라면서도 "우리에게 이것은 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고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