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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트럼프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기사 작성일 : 2025-02-05 14:00:56

김종우 선임기자 = "그자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거야." 1972년 개봉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누아르 영화 <대부(The Godfather)>에서 뉴욕 마피아 두목 비토 콜리오네(말런 브랜도)가 아들의 친구인 가수 조니 폰테인(알 마르티노)에게 건넨 말이다. 이 대사는 영화 출연을 부탁하는 조니에게 원하는 역할을 맡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에서 나왔다. 이 대사에는 단순한 협상의 의미를 넘어 협박과 위협이 담겨있다. 폭력과 공포를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지금껏 보여준 행보를 보면 영화 <대부> 속 콜리오네를 연상케 한다. 트럼프는 충격과 공포를 통한 '매드맨 전술'(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데 능수능란하다. 그는 외교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초강수를 띄워 상대국에 충격을 안겨주고 협상을 막다른 상황까지 몰고 간다. 집권 2기가 시작되자마자 동맹인 캐나다와 멕시코, EU(유럽연합)를 상대로 고율 관세카드를 앞세워 압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획득하겠다고 공언하고,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권 1기 당시 북미 협상 과정에서도 이 전술을 활용한 바 있다.

트럼프는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을 기반으로 무역흑자와 경제성장을 누려왔다고 생각한다. 이에 그 과실(果實)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강요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또 '대중국 견제' 방침에 따라 대만 방어에 한일 양국이 동맹국으로서 역할 분담에 나설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북한 핵 문제도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짓는 '톱다운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지난해 역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우리나라로선 조만간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닌 게 아니라 트럼프의 마피아식 매드맨 전술은 약발이 먹히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고율 관세 카드를 들이밀자 두 나라 정상은 각각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감시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고 한 달간 유예 조치를 얻어냈다. 트럼프의 변호사 조지 로스는 자신이 저술한 책 <트럼프처럼 협상하라>(Trump Style Negotiation)에서 "트럼프는 놀랄 만큼 체계적인 생각을 가졌고, 아주 복잡한 문제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자신감과 열의, 인내, 비전,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 모으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1987년 언론인 토니 슈와츠와 공동으로 저술한 책 <트럼프: 거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Deal)>에서 11가지 거래 기술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 크게 생각하라 ▲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라 ▲ 성공에는 약간의 허세가 필요하다 ▲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 등이다. 실제로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의 언행은 개인의 즉흥적 결정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 따른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의 외교술은 '상대국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 보인다. 이는 '초강대국' 미국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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