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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일대 의례 흔적
강민지 기자 =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에서 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 조사 10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2.6
김예나 기자 = 신라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 일대에서 개를 제물로 바친 듯한 의례 흔적이 추가로 확인됐다.
당시로서는 고급품인 옻칠한 상자, 목걸이 등도 함께 발견돼 1천700여 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예를 표했는지 밝힐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10월 월성 서남쪽 일대의 취락 끝자락에서 개로 추정되는 동물 뼈가 발견된 데 이어 희생된 개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경주 월성은 신라 궁궐이 있었던 도성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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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북쪽 상공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마리의 개가 발견된 곳은 서남쪽의 취락, 즉 마을의 가장자리로 추정된다.
이 일대는 하천에 접해 있는 연약한 지반에 모래층이 쌓여 있었으나 3세기 전∼중엽에 취락을 조성하기 위해 흙을 다지고 땅을 평탄하게 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개 뼈와 각종 유물이 나온 일대는 직경이 약 6m에 이르는 원형 구조다.
두 마리 개는 마치 대칭을 이루듯 왼쪽과 오른쪽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개의 크기는 약 46㎝로, 지난해 발견된 개(60㎝)보다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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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 고고학을 전공한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강한 힘으로 눌러 죽인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으며 다리뼈를 정연하게 모으고 있다. 두 마리를 대칭적으로 둔 점이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새로 발견된 개 형체 주변에서는 다양한 유물도 나왔다.
다리뼈에서 남쪽으로 약 45㎝ 떨어진 곳에서는 둥근 고리가 달린 칼이 발견됐고 2∼4㎝ 크기의 청상아리 이빨 12개, 나무 빗, 1천200여 알에 달하는 콩 등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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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고리 칼(위)과 목걸이 수정에 실이 꿰어진 모습(아래)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그 중 나무상자에 주목하고 있다.
옻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에는 수정 목걸이가 들어 있었는데, 옻칠 상자는 당시로서는 고급 물건이다. 의례를 위해 바친 귀한 상자일 가능성이 크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측은 "수정 목걸이는 수정이 꿰어진 실까지 함께 발견됐으며 상태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상자 주변에서는 나무 빗, 낫 등도 발견됐다.
출토된 유물 상태, 주변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당시 의례를 지낸 뒤 주변을 불로 태웠다고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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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의례 유구 내 주요 유물 출토 현황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발견된 의례 흔적은 옛사람들의 모습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출토된 토기와 각종 물품을 분석한 결과, 다수가 3세기경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주 일대에는 신라의 모체가 된 사로국(斯盧國)이 있었다고 전한다. 사로국은 진한 12국 가운데 하나로, 4세기 중엽까지 이어졌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그간 월성에서 밝혀낸 의례와 연관성이 있을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앞서 월성의 성벽 아래에서는 50대로 추정되는 남녀의 뼈 등이 확인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성이 견고하게 쌓아지길 바라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희(人身供犧·인신공양) 흔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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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성벽 아래에서 발견된 인골 현황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월성을 둘러싼 도랑이자 방어 시설인 해자(垓子)에서는 방패 모양의 나무 조각, 작은 배 모양을 한 목제 유물 등이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월성에서는 취락이 조성될 때, 성벽이 구축돼 왕성으로 전환될 때 등 중요한 시기에 의례가 진행됐다"며 "그 안에는 신라인의 마음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2014년부터 신라 왕경(王京·신라시대 수도를 뜻함) 핵심 유적을 중심으로 발굴 조사 중이다.
핵심 유적은 2019년 제정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한 월성, 황룡사지, 동궁과 월지, 첨성대 등 총 14곳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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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제물로 바친 듯한 의례 흔적'
강민지 기자 =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에서 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 조사 10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2.6
2014년부터 현재까지 유적 조사·정비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약 2천902억원이다.
올해는 월성의 남쪽 성벽 조사를 마무리한 뒤, 성 내부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성의 중심부인 C지구에서는 중심 건물에 부속된 건물터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신라사의 '빈칸'을 채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화유산위원장인 강봉원 경주대 명예교수는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는 고고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학제 간 연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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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 조사 성과 공개
강민지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 공개회가 열리고 있다. 2025.2.6
신라사를 전공한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신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같은 장소에서 생겨나서 성장·발전하고 쇠퇴한 독특한 사례"라며 신라 왕경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14곳의 핵심 유적을 개별적으로 볼 게 아니라 신라 왕경이라는 측면에서 정비·복원 계획, 발굴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면 세계적인 유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은 그간의 성과와 관련해 "역사·학술적으로 신라를 이해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 새로운 면모를 밝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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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왕궁 방어시설 '월성 해자'
[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