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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병 주머니에 기사 넣어…" 한국전쟁 취재한 AP 기자 별세
기사 작성일 : 2025-02-09 11:01:02

별세한 AP 기자 짐 베커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혜림 기자 = 1950년대 한국 특파원으로 한국전쟁을 취재한 미국 AP통신 기자 짐 베커가 7일(현지시간) 향년 98세로 별세했다.

AP에 따르면 베커는 이날 미 하와이 호놀룰루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가족이 전했다.

1946년 AP에 입사한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에디터의 지시로 한국으로 파견돼 전장을 취재했다.

당시 그는 기사를 본부에 전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군 통신은 전투 지시용으로 사용됐고 자신이 쓸 수 있는 전화는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치료를 위해 이송되는 부상병 가슴 주머니에 타이핑한 기사를 쪽지로 넣었다. 이 쪽지를 발견할 의료진에게 '근처의 AP 지부로 연락해달라'고 당부하는 내용도 첨부했다.

훗날 베커는 기사들이 그렇게 도쿄, 호놀룰루, 워싱턴 지부로 전달돼 모두 보도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연합군의 서울 재탈환 현장에도 함께 있었다. 그는 미군 제3사단과 함께 다니며 취재했는데 당시 7~8명의 군인, 다른 기자들과 한강을 건너고 공산군이 떠난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고 AP는 전했다.

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첫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1947년 데뷔 경기도 취재했다.

당시 로빈슨의 소속팀인 브루클린 다저스의 동료 절반은 흑인과 함께 뛰고 싶지 않다며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관중들은 로빈슨을 응원했다.

베커는 당시 브루클린의 절반이 유대인이었고 이들이 인종에 대한 편견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있었기에 로빈슨을 지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59년 티베트 봉기 뒤 인도로 망명하는 달라이 라마를 취재했고, 프리랜서 기자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대해서도 썼다.

하지만 그가 생전 자신의 최고 기사로 꼽은 것은 하와이의 한 고등학교 '언더독' 풋볼팀의 이야기라고 한다. 무명으로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한 이 팀이 1965년 리그 우승팀이 된 과정은 "내가 쓴 기사 중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고 베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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