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hoto.odigital.co.kr/photo/2025/02/09/2025020917155917390889597792.jpg)
이스라엘 석방에게 감사인사를 강요하는 하마스
(가자지구 AP=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질 석방에 앞서 수천명의 군중 앞에서 감사인사를 강요하고 있다. 2025.2.8
고일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면서 군중 앞에서 '감사연설'을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양실조 탓에 앙상하게 마른 이스라엘 인질이 무대 위에 올라 하마스에 감사를 표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생중계되자 이스라엘 내부에선 휴전에 대한 회의론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팔레스타인 죄수 183명의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 인질 3명을 송환했다.
하마스는 인질 석방에 앞서 이들을 차량에 태워 데이르 알발라 시내를 돌게 한 뒤 야외에 마련된 무대 위에 세웠다.
복면 차림으로 무장한 하마스 전사 사이에 선 인질들은 '석방증명서'를 들고 감사연설을 강요받았다.
16개월간 인질로 잡혔던 엘리 샤라비(52)씨는 가족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지만, 부인과 두 딸은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테러 때 피살됐다.
샤라비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http://photo.odigital.co.kr/photo/2025/02/09/2025020917160117390889614957.jpg)
가족의 피살 사실을 모른채 감사연설을 하는 엘리 샤라비
(가자지구 AP= 이스라엘 송환에 앞서 가족의 피살 사실을 모른 채 감사연설을 하는 엘리 샤라비 2025.2.8
현재 3명의 인질은 이스라엘 병원에 입원 중이다. 병원 측은 3명 중 한 명이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라고 전했다.
인질 송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에 대해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들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하마스 인질의 앙상한 모습에서 나치 독일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비쩍 마른 유대인 수감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마스의 감사 인사 강요 행위를 '휴전 협정 위반'으로 규정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휴전의 첫 단계가 만료된 뒤 전쟁을 재개하자는 여론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지난달 도출된 휴전 협정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1단계로 6주간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이스라엘 군인 석방과 영구 휴전 등 2·3단계 휴전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선 하마스가 권력을 유지하는 한 휴전은 불가능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날 하마스가 인질 석방 과정에서 보인 비윤리적인 모습이 이스라엘의 보수파를 자극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http://photo.odigital.co.kr/photo/2025/02/09/2025020917160317390889632075.jpg)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장면 생중계를 보고 오열하는 지인과 친척들
(텔아비브 AP=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 장면 생중계를 보고 오열하는 지인과 친척들 2025.2.8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앞서 감사 인사를 강요한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한 내부 메시지로 보인다.
가자 전쟁으로 지도부가 괴멸 직전까지 갈 정도로 큰 피해를 봤지만, 하마스는 여전히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날 인질 석방에 대한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저항은 이스라엘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183명의 자국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했다.
폭탄 테러 등 다양한 혐의로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됐던 이들은 서안지구 라말라와 가자지구 남부 등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