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하는 김준호
(하얼빈= 서대연 기자 =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김준호가 경기종료 후 기록을 확인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김준호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2025.2.10
(하얼빈= 김경윤 기자 = 스피드 스케이팅 단거리 간판 김준호(29·강원도청)는 유독 국제종합대회와 인연이 없다.
그는 2014 소치, 2018 평창, 2022 베이징 등 세 차례나 동계 올림픽 무대를 밟았으나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평창 올림픽에선 주 종목 남자 500m에서 메달을 노렸으나 출발 과정에서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꽂히는 보기 드문 실수를 했다.
동계 아시안게임은 출전 기회도 잡지 못했다.
그는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차민규(동두천시청), 모태범(은퇴) 등에게 밀려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이후 동계 아시안게임은 개최지 선정 난항으로 오랜 세월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김준호에게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은 매우 각별했다.
김준호, 500m 동메달
(하얼빈= 서대연 기자 =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김준호가 질주하고 있다. 2025.2.10
하얼빈 대회엔 김준호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출전 여부가 달려 있었다.
아직 병역 의무를 지지 않은 김준호는 하얼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밀라노 무대를 밟을 수 없었다.
김준호는 강한 의지로 하얼빈으로 향했다.
첫 경기는 8일 중국 하얼빈의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렸다.
남자 100m에 출전한 김준호는 9초62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땄다.
한국 빙속 대표팀의 대회 첫 메달이자 김준호의 첫 동계 아시안게임 메달이었다.
심기일전한 김준호는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500m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에 도전했다.
최근 상승세를 타는 김준호는 대한체육회가 꼽은 이 종목 우승 후보였다.
그는 첫 100m를 전체 1위 기록인 9초54에 통과했다. 금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김준호는 막판 스퍼트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전체 3위 기록인 35초03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 가오팅위(중국·34초95)와 격차는 단 0.08초였다.
김준호는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링크 안에 있는 대기 의자에 엎드려 고개를 떨궜다.
김준호의 눈물엔 많은 감정이 녹아있었다.
감정을 추스른 김준호는 다시 대기실로 들어갔고, 이어 열린 남자 팀 스프린트에서 차민규, 조상혁(스포츠토토)과 은메달을 땄다.
결승선을 향해 '한 몸처럼'
(하얼빈= 서대연 기자 =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스프린트에 출전한 김준호, 차민규, 조상혁이 질주하고 있다. 2025.2.10
경기 후 만난 김준호는 시원섭섭한 듯했다.
그는 500m 종료 후 눈물을 흘린 이유를 두고 "뭔가 북받쳐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났다"며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았는데, 계속 울면 팀 스프린트에 지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털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기 때문에 행복한 감정도 들었다"면서 "이번 대회를 지난여름부터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과정도 생각나더라"라고 돌아봤다.
김준호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출전의 꿈을 지워버린 듯했다.
그는 2026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묻는 말에 "하늘에서 세 번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셨는데 내가 메달을 못 딴 것"이라며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후배들이 잘하고 있으니 잘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