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igital

젤렌스키 "트럼프, 푸틴 제공 선별적 정보에 놀아나면 안돼"
기사 작성일 : 2025-02-13 12:00:59

트럼프-젤렌스키-푸틴


(AFP= 자료사진) 2025년 2월 7일 워싱턴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도중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2024년 12월 19일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났을 때 촬영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4년 12월 1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말 기자회견에 나온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 (Photo by AFP, File Photo) 2025.2.13.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한 협상을 사실상 시작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경제 전문 매체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협상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이 양자 협상을 벌인다면 러시아가 제공하는 선별적 정보에 미국 측이 놀아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부터 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진짜 의향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14일 개막할 뮌헨 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얘기할 예정이며 그 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상에 응할 용의는 있지만 협상과 휴전만으로는 평화를 유지하기에 부족하며 러시아가 또 침략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안전보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키이우 EPA= 2025년 2월 12일 키이우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왼쪽) 미국 재무장관. (EPA/STRINGER) 2025.2.13.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작년 14만명에 이어 올해 추가로 15만명의 병력을 증원했다며 러시아를 내버려두면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나 폴란드를 침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220개 여단을 보유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는 110개, 유럽은 80개밖에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가 없으면 유럽은 (러시아에) 점령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개 여단은 장병 3천500∼5천명으로 구성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그는 2019년 선거에서 당선돼 2019년 5월 취임했으며, 작년에 5년 임기가 끝났으나 전쟁으로 계엄령이 발효돼 선거를 치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계속 집권하고 있다.

이 이코노미스트가 인터뷰를 보도하고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각각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 후 미국과 러시아 양측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방안에 관한 협상을 "즉각" 시작할 것이라며 "매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장시간 통화를 끝낸 후에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전 처리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키이우(우크라이나 정부)나 EU와 협의하는 것을 미국이 원치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화보
러, '젤렌스키 고향' 크리비리흐 공습…최소 4명 사망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확약받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전으로 국경을 되돌리기를 희망했으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EU 집행위원회 등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함께 파리에서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들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우리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어떤 협상을 하든,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참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금은 푸틴과 트럼프의 세계'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나 유럽의 안보를 보증해 주는 데에 관심이 없다"며 미국 측이 이런 점을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못박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전투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능력이 있는 군대를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군대와 방위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 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유럽은 테이블에 앉기를 원하는지, 메뉴에 올라가 있는 것을 원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라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