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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란' AI반도체사 해외 매각설…배경엔 척박한 국내 토양
기사 작성일 : 2025-02-13 13:00:22

조성미 조현영 기자 = 메타의 국내 인공지능(AI) 칩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 인수설이 나오자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가 쌓아올린 한국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차세대 주자를 해외에 내주게 됐다는 탄식과 긍정적 반응이 AI 업계에서 엇갈렸다.

회사를 매각하더라도 퓨리오사AI의 인력이 기존 기술력에 해외 빅테크와 협업한 경험을 더하면 국내 AI 반도체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희귀한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이 국내서도 꽃을 피울 토양도 궁극적으로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AI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메타가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퓨리오사AI는 "현재로서는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AI 추론 특화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스타트업으로, 삼성전자와 미국 반도체기업 AMD의 엔지니어 출신인 백준호 대표가 2017년 설립한 뒤 워보이, 레니게이드를 공개했다.


레니게이드 성능 비교 이미지


[퓨리오사A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레니게이드는 추론 서버용 AI 반도체로는 처음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3세대를 탑재해 거대언어모델(LLM)을 지원하면서 성능, 전력 효율 측면에서 엔비디아 칩을 능가하는 AI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국내 SoC(시스템 온 칩) 시장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심일 때 레니게이드는 5나노 선단 공정으로 데이터센터용을 겨냥했다.

여기에 HBM3을 탑재, 고난도 추론이 가능한 대형 칩을 선보이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아닌 스타트업 제품이라는 데서 시선을 끌었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에서 진행된 '핫 칩스 2024' 행사에서 엔비디아 L40S와 비교해 같은 전력 소비 시 성능이 최대 60% 이상 우수한 레니게이드를 정식 공개했다. 이때부터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의 러브콜이 들어왔다는 후문이다.

고가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개발 LLM 성능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자체 개발 중인 메타, 아마존, 구글 등 해외 빅테크에 퓨리오사AI와 같은 팹리스 스타트업 인수합병은 칩 설계 기술력과 인력을 한꺼번에 획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퓨리오사AI는 엄청난 자본이 필요한 반도체 설계 및 양산 과정을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자금력 규모가 작은 국내 벤처투자업계 투자를 기다리는 것보다 해외 빅테크 손을 잡는 것이 빠르고 확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투자금 유치 문제를 넘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 국내 시장에 머무르기에는 엔비디아 칩 전용 소프트웨어인 쿠다 생태계나 칩을 활용할 충분한 규모의 데이터센터 시장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반도체 권위자는 "우리나라에서 독자 생존하고 클라우드 구성 등을 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아 퓨리오사AI 입장에서는 해외에 인수돼 큰일을 도모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칩을 활용할 기술과 환경이 부족함을 언급했다.

그는 "국내는 클라우드 서버 시장이나 칩을 활용할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받쳐주지 않는다. 클라우드 서버 같은 데 들어가야 하는데 미국에 비해 시장이 작고 약하다"며 "해외 빅테크의 높은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들과 일하면서 퓨리오사AI 기술력이 올라가면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미국에 비해 국내의 칩 수요가 엄청나게 작다. 한번 칩을 찍을 때 양이 많아서 이를 다 소화하려면 시장이 커야 하는 것이고, 이 때문에 다들 글로벌 진출을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국내 대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더 바람직했겠지만 글로벌 기업과 인수합병 타진은 국내 기술력 가능성을 확인한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나 데이터센터 시장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기회 되는대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길을 열어주고 업체들은 해외로 나가는 걸 시도하면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우리보다 훨씬 작은 이스라엘에 유수 기업이 매우 많은 것이 그 사례"라고 제언했다.

한편, 당국 관계자는 국내 AI 반도체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K클라우드 정책 등에 퓨리오사AI가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 인수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인수합병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이 아니라서 확언하기 어렵지만 정부 지원 자격 여부 등이 문제가 될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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