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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잿더미 된 신발, 옷가지…화마 덮친 광주 송정시장
기사 작성일 : 2025-02-14 13:04:19

까맣게 타버린 송정시장


(광주= 김혜인 기자 = 14일 오전 1시 2분께 광주 광산구 송정5일시장에 불이 났다가 50분만에 꺼졌다. 화재로 인해 점포 17곳이 까맣게 불에 탔다. 2025.2.14

(광주= 김혜인 기자 = "이 비싼 내의까지 다 타버렸네. 어째야 할까."

1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시장의 한 옷가게.

밤사이 불로 바닥에는 까맣게 타다 만 양말이 놓여있고 열기가 식지 않은 듯 사이사이 연기는 계속 피어올랐다.

뼈대밖에 남지 않은 가판대, 흘러내릴 듯 찌그러진 천장 등 화마의 흔적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매장을 뒤덮었다.

시장을 가득 메운 탄내와 흩날리는 잿가루에 지나가던 이들은 코를 막거나 수시로 기침했다.

양말과 내의를 팔던 최모 씨네 가게에서는 "아이고, 어째"라는 원성이 들려왔다.

최씨는 그나마 쓸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허리를 굽혀 폴리스라인을 넘어 들어갔다.

동아줄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사방을 뒤져봤지만, 그의 손에 잡히는 건 까만 잿더미뿐이었다.

최씨는 안쪽에 보관해둔 5만원짜리 내의까지 전부 타버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50년 넘게 장사를 해온 최씨는 "남 이야기 같았던 불이 내 가게에서 일어난 게 믿기지 않는다. 장사를 오래 했지만, 순식간에 이렇게 큰불이 날 줄 알았겠냐"고 말했다.

이어 "어제 장날이었는데도 손님이 없어서 안 그래도 속상했는데 하루아침에 가게까지 없어지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옷값도 만만치않은데 제일 비싼 내의까지 다 타버려서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화마 덮친 광주 송정시장


(광주= 김혜인 기자 = 14일 오전 불이 난 광주 광산구 송정5일시장에서 상인이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오전 1시 2분께 발생한 화재는 신고 접수 50분만에 진압됐으며 시장 점포 17곳이 불에 탔다. 2025.2.14

새벽부터 화재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시장으로 달려와 밤을 새운 신발가게 주인 김모(76) 씨도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6칸 규모로 가게를 운영해온 그는 칸칸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버린 신발을 보며 차마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김씨는 "불이 어디서 났는지도 모르겠고, 새까맣게 탄 수백 켤레 신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장을 지나던 김상현(55) 씨는 "불이 났다길래 와보니 완전 쑥대밭이 됐더라"며 "워낙 시장이 좁기도 하고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불이 순식간에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시 2분께 난 화재는 소방 당국이 비상 대응 1단계를 발령해 50여분 만에 진압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시장 내 점포 17곳(38칸)이 불에 탔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하고, 자세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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