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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몰카' 공포 확산…에어컨 불빛에도 깜짝
기사 작성일 : 2025-02-19 07:00:39

변형 카메라 유형


[TV 제공]

오인균 인턴기자 = 지난 9일 인천공항 내 사우나의 여자 탈의실을 사용한 한 누리꾼은 에어컨에서 정체불명의 붉은 불빛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SNS에 적었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에는 비슷한 경험담이 다수 올라왔다.

스레드 이용자 'hap***'는 "숙박 업체 커튼 위로 붉게 빛나는 기계가 있어 문의해 보니 센서 등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고, 'bre***'는 "이사한 집 에어컨에서 카메라로 의심되는 형체가 있어서 에어컨을 분해했다"고 썼다.

'다행히' 인천공항 사우나의 에어컨 불빛은 몰래카메라(몰카)는 아니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19일 "경찰과 함께 조사해보니 해당 불빛은 PCB(인쇄 회로 기판)에 에어컨의 작동 상태를 알려주는 부품이었다"고 밝혔다.



[스레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공항 사례는 몰카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휴대전화나 변형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 범죄가 해마다 늘면서 공공장소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업주, 남자 화장실에서 남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20대 남성, 학교와 길거리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고등학생….

최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 불법 촬영 범죄의 사례들이다. 가해자의 성별, 나이,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까지 적발된 불법 촬영 적발 건수만 5천323건으로 하루 평균 19.4건에 달한다. 2023년 18.2건, 2022년 18.8건보다 많다.

공공장소뿐만이 아니다. 성관계 몰카 범죄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축구선수 황의조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황씨는 2022년 6∼9월 4차례에 걸쳐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하는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스레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24일 한 SNS 계정에도 "이거 몰래카메라예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여자 화장실 바닥 타일 틈에서 빨간색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불법 촬영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영상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카메라 불빛이 아니라 옷에 붙어있는 비즈가 떨어져서 틈 사이에 낀 것 같다", "어떤 도촬(도둑촬영)범이 저런 불빛을 드러내서 카메라가 있는 것을 들키겠냐" 등 단순 해프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네티즌은 "나사형 몰카 등 다양한 변형 카메라가 나오니까 벽에 구멍만 뚫려 있어도 불안하다는 것"이라면서 "설령 카메라가 아니라 해도 불안감과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겠냐"고 지적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표혜령 화장실 문화연대 대표는 "화장실이 불법 촬영의 온상이 된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지자체나 경찰청과 함께 카메라 전수 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점검 후에 바로 설치하면 무용지물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미성숙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성적 욕구이자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언제 어디에 카메라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은 과장된 망상이 아닌 일상의 문제"라면서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불법 촬영물이 산업 구조 안에서 유통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라고 했다.



[전자상거래업체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초소형 카메라나 생활용품 형태의 위장 카메라를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할 수 있다.

초소형 카메라 수입 분류를 시작한 2022년 이후로 3년째 수입액은 늘고 있다. 2022년 242만2천달러(35억원), 2023년 299만달러(43억원), 2024년 9월까지 401만7천달러(55억원)를 기록했다.

카메라 유통 규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여성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원인이 변형 카메라라면 총기 사용 기록이 남고 약 처방 내역이 남듯이 제조·판매를 금지하거나 등록·허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같은 논리라면 칼이나 휴대전화도 규제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재범 비율이 높다는 건 교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왜곡된 성인식을 고치는 프로그램 개발 등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경찰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전체가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황의조,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김성민 기자 = 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축구선수 황의조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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