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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3년 키이우에서] '트럼프 노벨상 추천' 외교위원장 "여전히 그에게 희망걸어"
기사 작성일 : 2025-02-20 09:01:01

메레즈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


(키이우= 신창용 특파원 = 18일 오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이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2.18

(키이우= 신창용 특파원 =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을 위한 첫 미러 고위급 회담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에서 좌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유럽 동맹국에 대한 패싱 논란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희망을 접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와 인터뷰에 나선 올렉산드르 메레즈코(54)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우크라이나에 관한 어떤 것도 논의될 수 없다. 우리 의사에 반하는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명성에 먹칠할 합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제2의 네빌 체임벌린으로 기억되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대화 시도는 유권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체임벌린은 1938년 9월 독일의 히틀러와 뮌헨 협정을 체결해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주데텐란트)를 독일에 할양했던 영국 총리다. 이는 나치 독일의 팽창을 막지 못한 유화정책으로 비판받았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메레즈코 의회 외교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집권당 '인민의 종'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인물로 국내에도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공정한 평화를 가져올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그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자 법률가, 학자로 미국 덴버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디킨슨 로스쿨 등에서 교수로 활동했을 정도로 영어에 능통해 CNN, BBC 등 해외 주요 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 프레스센터


(키이우= 신창용 특파원 = 18일 오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의회 프레스센터. 2025.02.18

다음은 메레즈코 외교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허의 인물이라 이번 전쟁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이미지를 연출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사업가이므로 정치도 사업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한다. 항상 비용과 이득을 따진다. 따라서 그와 대화할 때는 그의 논리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우크라이나 희토류 자원 지분 50%를 요구한 것도 이러한 사업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인가.

▲ 우크라이나 천연자원이 탐이 난다면 관련 법에 맞춰 투자 등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너희 자원 50%를 원한다'는 식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자원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중요한 점은 자원 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우선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물리치고, 점령된 영토를 되찾고, 러시아가 다시 침략하지 못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안전 보장 조치를 만든 뒤에야 자원 개발 논의도 가능하다.

--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해 자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 아닌가.

▲ 그렇지 않다. 오히려 트럼프 측은 우크라이나가 독립적이고 주권을 가진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조건을 달고 싶어 한다. (미국 전 대통령 조) 바이든은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종전 구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들은 보이지 않고, 대신 러시아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

▲ 휴전과 안전 보장에 대한 문제에서 사실 가장 큰 문제는 푸틴의 입장이다. 그는 평화나 휴전에 관심이 없고, 오직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는 것만을 원한다. 이 점에서 트럼프는 사업가이므로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화해야 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는 것이 가장 경제적으로 유리하고,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억지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 그는 사업가이므로 처음에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 과정을 거치며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미국은 F-16 전투기 지원을 처음엔 거부했지만 결국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억지책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임을 이해할 것이다.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트럼프(오른쪽)와 푸틴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만약 트럼프와 푸틴이 만나서 종전 합의하면 어떻게 하나.

▲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우크라이나에 관한 어떤 것도 논의될 수 없다. 우리 의사에 반하는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트럼프의 명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는 제2의 네빌 체임벌린으로 기억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트럼프가 푸틴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본다.

--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획득에 만족하고 종전에 합의할 수도 있지 않은가.

▲ 절대 그렇지 않다. 돈바스는 모든 것이 파괴돼 러시아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지역이다. 푸틴에게 필요한 것은 키이우다. 키이우는 러시아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 역사학자는 '키이우가 없다면 러시아의 역사 전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푸틴의 목표는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지배와 러시아 제국의 부활이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군 창설을 원한다고 말했다.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가.

▲ 그렇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이에 대해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격퇴한 유일한 국가다. 유럽군은 우크라이나 군대를 토대로 창설될 수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화상 인터뷰하는 메레즈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


[CNN 방송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이 전쟁이 올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올해 끝나길 바라지만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긴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기대하면 실망이 커지고 계속 싸울 수 있는 동력이 줄어든다. 1년이 더 걸릴지, 10년이 더 걸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을 어떻게 이길지 집중하는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을 기억한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 그렇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하지 않은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또한 나는 그가 우크라이나에 공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공정한 평화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유화책이 아니라 국제법을 준수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완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더 많은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그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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