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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러닝메이트제를…' 정책 경쟁 실종 부산교육감 재선거
기사 작성일 : 2025-02-05 08:00:01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 오수희 기자 = 오는 4월 2일 치러지는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가 예비후보 간 정책 경쟁은 실종된 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진영 논리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산 교육감 재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모두 6명이다.

전영근·박종필·박수종 예비후보는 보수 진영으로, 차정인·김석준 예비후보는 진보 진영 인사로 분류된다.

황욱 예비후보는 "진보나 보수 이념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후보들의 교육정책 비전이나 공약은 온데간데없는 상황이다.

대신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 이념만 내세우며 후보 단일화를 외치고 있지만, 이마저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 교육감 재선거가 진영 논리에 빠지게 된 것은 양 진영에서 후보 단일화 조직이 출범하면서부터다.

양 진영의 후보 단일화 조직 모두 부산 교육감 재선거를 보수와 진보 간 진영 대결로 규정하고, 예비후보들에게 이른 시일 내 단일화에 참여하도록 압박하면서 교육감 선거가 정치나 이념 대결로 변질한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미래를 여는 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와 바른 부산 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가 통합해 '중도 보수 교육감 단일화 통합추진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통추위는 보수 진영 후보로 거명되던 10여명에게 단일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는 예비후보는 공식적 지원을 하지 않고, 단일화를 저해하는 후보의 행태를 시민에게 일리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전영근·박종필·박수종 예비후보가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지난 3일 전 예비후보가 "보수 예비후보들이 모두 참여하는 완전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미루는 태도를 나타내는 바람에 보수 후보 단일화가 난관에 부딪혔다.


부산지역 한 고교


[ 자료사진]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재선 교육감 출신인 김석준 예비후보가 "결코 민주적이지도 진보적이지도 않으며, 투명하지도 적법하지도 않은 무모한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면서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단일화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양 진영 모두에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면서 단일화 일정이 지연되고 정책이나 공약은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일부 예비후보도 이런 구도에 편승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차정인 예비후보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근거 없이 폄훼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라는 교육 현안과 관련 없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리며 진보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영향으로 혼란스러운 국정과 더 극심해진 양 진영 간 이념 대립이 교육감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후보 단일화는 공정하고 투명하며 객관적으로 진행돼 유권자가 후보의 교육 정책과 비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된 정치 상황에서 양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정책이 아닌 '적통 경쟁'으로 변질할 수 있다"면서 "교육감 선거에 시장과의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면 유권자가 후보자 정책이나 비전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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