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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첫 '폭염백서' 보니…"기후변화로 2100년엔 5월 폭염"
기사 작성일 : 2025-02-09 07:00:34


지난해 8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 온도계에 37도로 현재 기온이 표시되고 있다. [ 자료사진]

이재영 기자 = 최근 살을 에는 한파가 며칠째 이어지다 보니 '더울 때가 나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작년 여름만 해도 재난급 폭염에 모두가 시원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작년 여름 긴 열대야는 한 세대에 한 번 나타날 정도로 기록적이었으며 기후변화로 5∼9월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폭염백서'를 보면 폭염이 처음 나타나는 날은 빨라지고 마지막 날은 늦어지고 있다.

기상청이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과거 사례, 미래 전망을 담은 백서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이 주(主)저자를 맡아 작성했다.

백서를 보면 1990년대(1991∼2000년)엔 처음 폭염이 발생한 날(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7월 3∼13일이었지만 2010년대(2011∼2020년)에 들어선 6월 27일에서 7월 6일 사이로 시기가 앞당겨졌다.

폭염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날은 1990년대 8월 15∼19일에서 2010년대 8월 15∼22일로 큰 차이가 없거나 약간 늦어졌다.

1990년대 '최악의 더위'가 나타난 1994년 7∼8월 폭염일이 27.5일로 '81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으로 기록적이었는데 불과 24년 후인 2018년(7∼8월 폭염일이 29.5일)에 이를 뛰어넘었다. 작년 7∼8월 폭염일은 각각 4.3일과 16.9일이었다.

열대야일은 작년 7∼8월이 20.1일로 역대 1위다. 1994년과 2018년 7∼8월 열대야일이 16.4일과 16.5일로 35년과 36년 만에 한 번 나올 정도로 많았는데 작년은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백서는 "최근 폭염일과 열대야일이 재현 주기를 단축하며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기후변화로 한반도에서 폭염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중 가장 더운 기간(일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날 전후 30일을 포함해 61일) 일 최고기온 평균값은 현재 25.5도인데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SSP1-2.6'을 적용하면 금세기 말(2071∼2100년) 28.6도로 오르고 'SSP5-8.5' 적용 시엔 32.4도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SSP1-2.6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해 화석연료 사용량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경우'로 210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32ppm에 머무는 시나리오다.

SSP5-8.5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고 도시 위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로 210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천89pp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시나리오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이다.

백서는 현재 7∼9월에 나타나는 폭염이 SSP1-2.6 하에서는 6∼9월, SSP5-8.5 아래서는 5∼9월에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4.4일인 폭염 평균 지속 기간은 8.7일(SSP1-2.6)과 17.4일(SSP5-8.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백서는 "온실가스 저감 노력 없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금세기 말엔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폭염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현재 극심한 폭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서 그런 현상이 더 빈번해지고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서는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오르면 2018년 여름에 보인 일 최고기온 분포가 '평균적인 기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서울 기온이 39.6도까지 오르고 강원 홍천과 경북 의성 기온은 40도를 넘었다.

백서는 "미래 폭염 변화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여부에 따라 폭염 강도와 지속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폭염백서 표지.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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