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igital

남아공 백인단체, 트럼프에 '감사'…망명 제안은 거부
기사 작성일 : 2025-02-10 22:01: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단체들이 정부의 토지 수용 정책을 비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현지 일간지 더시티즌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리카너스(Afrikaners·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후손)의 이익 단체 아프리포럼의 칼리 크리엘 대표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너스에 대한 불공정을 지적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이민은 아프리카너스로서 문화적 정체성을 포기해야 하기에 대가가 너무 크다"며 "아프리카너스의 미래는 아프리카에 있다"고 강조했다.

부당한 인종차별 피해를 본 남아공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난민으로 수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에둘러 거절했다고 신문은 해설했다.

남아공 중부의 아프리카너스 전용 마을 오라니아의 대표들도 "아프리카너스는 난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에 헌신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남아공 정부의 토지 수용 정책을 '인종차별적 토지 몰수'로 규정하고 남아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아프리카너스 피해자의 입국과 정착을 도우라고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시했다.

크리엘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그의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아프리카너스 이익 단체의 연합인 연대운동과 함께 불의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우익 정당 자유전선플러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환영하면서도 망명 제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남아공에 대한 모든 재정 지원을 중단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취약한 남아공 국민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무책임한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은 정책 방향을 재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지난 2일 남아공의 토지 수용 정책을 '특정 계층을 매우 나쁘게 대우하는 토지 몰수'라고 비판하며 남아공에 대한 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이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6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처는 괴롭힘이라며 "겁먹지 않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현지 일간 더스타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미국과 외교적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고위급 대표단을 미국 워싱턴DC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남아공 정부는 토지수용법이 백인의 토지를 일방적으로 빼앗는 게 아니라 공익 목적의 무상 수용이더라도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버려진 토지 등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고 소유주와 합의해야 토지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