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igital

[인터뷰] 이호열 주쿠바 초대 대사 "우호 초석 쌓을것…영광이자 운명"
기사 작성일 : 2025-02-14 09:01:02

주쿠바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만나 와 인터뷰하는 이호열 대사


[촬영 이재림 특파원]

(아바나= 이재림 특파원 = 대한민국 최초의 쿠바 주재 대사관을 이끌게 된 이호열(54) 대사는 양국 간 올바른 우호선린 관계 구축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비롯한 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 대사는 현지 당국과 경제협력 사업 논의의 물꼬를 트는 역할과 더불어 문화 및 스포츠 교류와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과 쿠바 수교 1주년(2월 14일)을 앞두고 쿠바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는 등 공식 업무를 수행 중인 이 대사는 "아바나에 개관한 재외공관에서 한인 후손 서류 공증 작업을 진행하는 등 영사 서비스 시스템은 이미 안정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쿠바 한국대사관이 입주한 건물 외벽에 걸린 태극기와 대사관 현판(아래)


[촬영 이재림 특파원]

다음은 이 대사와의 일문일답.

-- 주쿠바 초대 한국 대사로 임명돼 현지 부임한 소감은.

▲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한편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년 시절 중남미 지역에서 5년간 생활하며 지역 언어 및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공관장으로 쿠바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을 하나의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 지난해 2월 14일 양국 수교 후 지난 달 17일 대사관 개관에 이르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 어디에서든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 특히 쿠바에서는 그간 업무 공간 마련과 관련해 한국에서 정보를 축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나아가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해 쿠바 전력난이 의외로 길어졌다. 예컨대 지역별 제한 송전 과정에서 (특정) 업무를 봐야 하는 곳에 정전 차례가 돌아오면 몇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문에 때로는 정전 일정까지 고려해 업무 일정을 잡아야 했는데, 다행히 시일이 지나면서 저와 직원 모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know where)와 '어떻게 해야 하는지'(know how)를 체득하게 되면서 상황은 호전됐다고 할 수 있다. 30여명의 교민과 2005년부터 현지에서 활동 중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로부터도 여러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아바나 도로에 주차된 한국 브랜드 SUV와 올드카


[촬영 이재림 특파원]

-- 대사께서는 외교부 다자경제기구과장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참사관을 역임하고 FTA 관련 업무를 맡는 등 주로 경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한국과의 경협 강화에 대한 현지 기대감은 어떤가.

▲ 쿠바는 한국을 상대로 경제 분야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수혜적인 의미가 아니라, 의약을 비롯해 쿠바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바탕으로 한국과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판단한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자국 전력망 정책에 (한국의) 관심을 바라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초대 대사로서 최우선 과제는.

▲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추진했던 중요한 외교적 과제였던 만큼, 쿠바와의 우호선린 관계를 처음부터 올바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최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쿠바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은 물론 현재 쿠바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을 위한 영사 서비스 확충 같은 본연의 재외국민 보호도 당연히 1순위 업무다. 1921년 멕시코에서 쿠바로 재이주해 정착한 한인 1세대 이민자의 후손 찾기와 동포 권익 보호 활동도 모색하려고 한다.

--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갖춰져야 할 영사 서비스 분야는 무엇인가.

▲ 그간 쿠바는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담당하에 있었다. 물리적 거리 때문에 우리 국민을 위한 밀접하고 현장감 있는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일정 부분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사협력원 2명이 시간을 쪼개 가며 긴밀한 영사 서비스를 누수 없이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재외공관이 들어선 만큼 여타 공관처럼 모든 형태의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애로 사항에 신속 대응하려고 한다. 영사 조력, 사증, 공증 같은 시스템은 이미 안정화돼 있다. 최근엔 10장 가까운 서류를 챙겨야 했던 한인 후손 가정에 도움을 드리기도 했다.


주쿠바 한국대사관 내부


[촬영 이재림 특파원]

-- 지난해 양국의 전격적인 수교에는 문화와 예술 같은 소프트파워가 밑거름됐다는 분석이 있다.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시각으로 보이는데.

▲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런 분야는 쿠바 측에서도 접점을 늘려가기를 희망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외교관계 수립 이전부터 민간 영역에서는 지속해 협력을 진행해 왔다.

일례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15차 아바나 비엔날레에 우리나라 작가도 참여했다. 영화 분야에서의 협력 사례 또한 적지 않고, 쿠바 출신 야구 선수나 배구 선수들은 이미 한국에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아직 먼 이야기로 봐야겠지만, 한국 프로야구팀이 미국에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차린다면 쿠바에서 며칠 머물며 교류하는 가능성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현재 쿠바 당국 및 현지 외교단과의 소통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 쿠바 외교부와 원활한 연락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 공관 개설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여타 부처 및 공공기관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서도 거의 매일 움직이고 있는데, 현재까지 받는 시그널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현지 외교단(단장 주쿠바 지부티 대사) 등과도 몇 차례 접촉했다. 주쿠바 외교단이 굉장히 결속력이 강하더라. 그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느꼈다.


주쿠바 대사관 인근 멕시코만 전경


[촬영 이재림 특파원]

-- 미국 전자여행허가제(ESTA) 취소 가능성이 고려 사항이긴 하나, 쿠바 방문을 원하는 한국인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당부가 있다면.

▲ 쿠바는 중남미 지역에서 치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해서도 안 될 일이다. 최근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따라 아바나 구시가지 같은 특정 지역에서 범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위험지역 방문을 자제하면서 신변 안전에 유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긴급 연락처 53-7204-0977 / 53-7204-0988 / 근무시간 외 53-6345-63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