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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명 국경 넘어오려나…" 트럼프 '가자 청소'에 이집트 불안
기사 작성일 : 2025-02-15 11:00:57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인 라파 검문소


[EPA= 자료사진]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 구상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를 압박하면서 국경을 접한 이집트에서는 자칫 전쟁의 불씨가 번져올까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0만명이 넘는 가자 주민을 인접한 이집트나 요르단 등으로 이주시키려 하면서 이집트 주민들은 위협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호언장담해온 휴전 구상으로 가자 지구를 미국 권한 아래 두겠다고 선언하고 이집트와 요르단을 상대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받아주지 않으면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집트 내부에서는 이 구상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집트는 이미 가자 주민 10만명 이상을 수용하고 있고, 가자지구 전쟁에 이집트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한 모스크에서 열린 금요 기도회에 모인 이집트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비판했다.

토목 기사로 일한다는 주민 아브도는 "우리 땅으로 전선이 옮겨질 것"이라며 "이스라엘 군대와 팔레스타인 저항군은 영원한 적이며 그들 사이에는 평화가 없다. 이는 이스라엘이 정당방위라는 이름으로 우리 땅을 공격할 수 있는 핑계를 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가자 주민을 이주시키는 것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청산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난민을 더 받으면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로이터= 자료사진]

이집트 간판 토크쇼 진행자인 아흐메드 무사는 최근 미국 군사지원은 "이집트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라면서 압박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도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압둘라 국왕이 지난 11일 백악관에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가자에서 아픈 어린이 2천명을 신속히 데려올 수 있다며 열린 자세를 취한 반면 엘시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회동을 무기한 연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이 회담 의제로 포함되는 한 엘시시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다른 아랍 국가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이집트는 이미 여러 차례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 이주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지난 11일에는 종합적인 가자지구 재건 구상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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