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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언 아끼지 않던 분"…길원옥 할머니 빈소 추모 '발길'
기사 작성일 : 2025-02-17 12:00:3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별세


(인천= 임순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 16일 오후 향년 97세 일기로 별세했다. 17일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5.2.17

(인천= 김상연 기자 =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직언을 아끼지 않던 분이었습니다."

1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

막 차려진 빈소에는 근조화환과 조기가 차례로 들어왔고 유족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근조 화환을 보내 오랜 지기의 넋을 기렸다.

길 할머니는 최근 1주일간 감기에 시달리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전날 연수구 자택에서 향년 97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며느리는 "어머니는 의식이 온전치 않아도 가족들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면 다 알아듣고 눈물을 흘리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후손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하다. 역사적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장례식장을 찾은 50대 이모씨는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반차를 썼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수요집회에 참여한 10여년간 길 할머니는 인사드릴 때마다 밝은 표정으로 손을 잡아줬다"며 "학생들을 참 좋아하셨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신재철 부산외국어대 초빙교수는 "길 할머니는 친어머니 같은 분"이라며 "위안부 문제가 드러났을 때 일본군의 만행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길원옥 할머니


[ 자료사진]

길 할머니는 살아생전 일본군 위안부의 진상을 국내외에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앞장섰다.

2004∼2020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 집'에서 생활하며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꾸준히 참여했다.

2012년에는 평화의 우리 집에서 함께한 김복동 할머니 등과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금을 받게 되면 그 돈을 세계 전쟁 피해 여성을 돕는 데 기부하겠다며 '나비기금'을 만들었다.

2014년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실을 찾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 세계 150만명의 서명을 전달하기도 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은 전날 길 할머니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떠나보내 매우 가슴 아프다"며 "생전에 많은 풍파를 겪으셨던 만큼 평안을 찾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으로 이 중 233명은 사망했다.

연령별 생존자는 90∼95세 2명, 96세 이상 5명이다. 평균 연령은 95.7세다.

길 할머니의 발인식은 18일 오전 9시 30분 인천적십자병원에서 열린다.


이용수 할머니가 보낸 근조 화환


[촬영 김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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